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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로맨스판타지] 조연의 반격은 없다 - 박귀리 (스포 有)

by 로망덩어리 2022. 9. 30.

<조연의 반격은 없다>

 

 

기본정보
(출처: 카카오페이지)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조회수: 770.7만 (22.09.30 기준) 밀리언페이지
  • 별점: ★9.8
  • 이용 연령가: 전체
  • 장르: 로맨스판타지(로판)
  • 테마 키워드: #책빙의 #집착남 #순정남 #능력녀 #약피폐
  • 총 화수: 144화+외전11화+외전9화
  • 특이사항: 제 1회 카카오페이지 밀리언 소설 공모전 수상작

 


01
출처: 카카오페이지 <조연의 반격은 없다> 웹소설 일러스트


작품 소개
(출처: 카카오페이지)

 

책 속의 하녀가 되었는데, 가문이 3년 만에 멸문했다.

뭐라도 된 양 날뛰던 다른 빙의자들도 주인공과 악역의 손에 차례대로 죽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악역의 개가 되고, 도망칠 그날을 손꼽아 갈망했지만...

 

"그렇게 내게서 도망가고 싶나? 직접 두 발을 잘라내면 여기서 기어 나가는 걸 허락해 주지."

 

망연해진 기분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니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저 미친놈에게 고작 두 발을 바치고 도망칠 수 있다는 건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나는 벽 장식장에 걸린 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멀쩡히 선 두 발을 향해 내리그었다.


 

 

 

 

등장인물

출처: 카카오페이지 <조연의 반격은 없다> 일러스트

▶ 아그레인 캐롤드

적발녹안의 선이 고운 미인인 이 작품의 주인공. 태양처럼 화사한 생기가 아닌 진창에서 피는 독초 같은 생기를 지닌 여자. 누가 봐도 귀족 여식으로 보일 정도로 기품이 몸에 배어 있다. <태양이 흐르는 강>의 조연 하녀로, 트리비아체 가문과 함께 몰살당할 운명이었기 때문에 아그레인에 빙의한 주인공은 그 전에 달아날 계획이었으나, 희대의 악당 리히튼 잉고르드 공작가의 기사들이 습격하며 트리비아체는 이른 멸문을 맞이하고 아그레인을 제외한 모든 사용인이 살해당한다. 이후 살기 위해 리히튼의 개를 자처하여 '수잔'이라는 이름으로 섬기며 살기로 한 아그레인은 리히튼의 고문같은 암살 교육과 잉고르드 독을 마시고 살아있는 독 그 자체가 되는 일 등을 수행하며 몸과 마음이 점차 피폐해진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을 지켜보고 신경쓰는 리히튼에게 왠지 모르게 끌리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리히튼의 광증을 알게 되면서 그의 의뭉스러운 구석과 잔혹한 면모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몸의 주인인 '아그레인 캐롤드'에게 깊은 애증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그게 자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자괴감을 갖고 심적으로 방황하게 된다.
허나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꾸는 꿈에 과거의 아그레인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리히튼과 빌힐름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절망적인 운명으로 엮였음을 깨닫게 된다.

 

 

 

출처: 카카오페이지 <조연의 반격은 없다> 일러스트

리히튼 잉고르드

백금발에 청회색 눈을 가진 위압감 넘치는 맹수 같은 남자. 명화 같은 미모에 그렇지 못한 잔혹한 성정을 지녔다. <태양이 흐르는 강>의 주인공인 빌힐름 황자의 숙적이자 그렌페르크 제국의 실세로, 황족보다도 더한 존재감을 지닌 잉고르드 공작가의 주인이다. 자신에게 반역하는 무리는 모두 몰살시켜 버릴 정도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인물.
옛날부터 아그레인을 깊게 사랑, 또는 증오해 온 듯하며, 그래서인지 현재의 아그레인이 본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도 거둔 걸로 추측된다. 그런데도 종종 광적으로 아그레인에게 집착과 증오를 드러내고, 때로는 떠보는 듯한 말을 퍼붓기도 하고, 가끔은 사랑하는 듯한 착각마저 선사한다.
그의 모든 행보는 아그레인을 지켜보고 그 걸음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아그레인이 공포에 떨거나 미쳐 가는 모습을 예상했다는 듯이 덤덤히 지켜보며,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고 아그레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선택하도록 종용하다 끝내는 애원하기도 한다. 모종의 이유로 빌힐름에게 깊은 증오심과 복수심을 품고 있으며, 그런 빌힐름이 있는 황성에 아그레인을 보내며 '빌힐름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아그레인 본인의 손으로 직접 죽이길 원하며, 동시에 이상하게도 리히튼 자신에게 빌힐름의 살해를 맡기기를 간절히 원한다.
비 오는 날 잠들지 못하고 공포에 떨거나 과거의 아그레인을 찾아 헤매는 등 광증을 갖고 있다.

 

 


 


※ 아래부터는 전반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내가 쓰는 줄거리>

 

줄거리 (스포 有)

 




아그레인은 트리비아체 가의 사용인 하녀이자, <태양이 흐르는 강> 소설 속 조연이다. 원작 내용을 알고 있는 그녀는 6년 뒤 트리비아체 가문이 멸문할 것을 알고, 딱 3년만 하녀로 일해 돈을 모아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계획을 실행하기 전날, 그렌페르크 제국의 악당이자 실세인 잉고르드 공작가의 습격으로 트리비아체 가는 멸문을 맞이하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인간이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다. 여기서 죽을지, 자신의 개가 되어 길지를 고르라는 리히튼 잉고르드 공작의 종용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생존을 택하고 잉고르드 공작저로 끌려오게 된다.

아그레인은 '수잔'이라는 이름으로 살며 암살 훈련을 받게 된다. 공작가에 침입해 리히튼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살해당한 세작들의 시체를 재차 칼로 찌르며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고, 자신과 친한 하녀가 리히튼의 숙적인 빌힐름 왕자의 스파이라는 것이 들통나 죽음을 맞이하는 꼴을 지켜보고, 리히튼의 떠보는 듯한 의뭉스러운 질문들에 하녀로서 비굴히 답하며, 점점 리히튼에게 순종적으로 굴복하여 목숨을 보전하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리히튼의 이유 모를 명령에 따라 잉고르드의 피로 만든 독을 마시고 온 몸에 독이 도는 '독 인간'이 된다.

중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수잔에게 리히튼은 잉고르드의 독으로 인한 고통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지닌 자신의 피를 먹인다. 증상이 가라앉고 그나마 고통에서 벗어난 수잔에게, 리히튼의 수족인 킨이 '그 피에는 마약과 같은 의존성이 있어 중독되면 못 벗어난다' 라며 일갈하고, 수잔은 자신이 먹은 마약과도 같은 피 때문에 이제 더욱더 벗어날 수 없게 된 상황임을 깨닫고, 그동안 쌓아왔던 것이 폭발하여 리히튼을 찾아가 화를 낸다.

태연하게도 두 발을 잘라내면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리히튼의 위악에, 미친 놈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망설임없이 칼을 내리긋는데, 그걸 막은 리히튼이 소름끼치는 말을 뱉는다.

"아아, 그래. 이제야 알 것 같군. 너는 죽으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리 생각하기에 내 앞에서 시위하는 것이겠지. 안온한 너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하여."

자신이 빙의자라는 걸 아는 듯한 말에 충격받은 수잔에게, 리히튼은 곧이어 그녀를 뒤흔들 이상한 내기를 제안한다.

"내기는 내가 널 완벽하게 길들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하여. 네가 이기면 모든 진실을 알려 주지. 궁금한 게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안 그래? 살아 있는 독으로 변해 버린 네 몸, 그리고 내 피로 인한 중독, 모두 완벽하게 치료해 주겠어. 그리고 다신 네 옆에 얼씬도 하지 않으마."
***
"내가 이기더라도,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 주지. 제국을 달라면 제국을 주고, 하늘을 무너뜨리라면 하늘을 무너뜨릴 거야. 대신, 빌힐름만은 선택해선 안 돼."
***
"네가 할 일은 하나야. 우리의 내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오직 나만 따르고,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 시간이 흐르면 그 끝에서 무엇이든 얻을 수 있을 테지. 그야말로 손해볼 일 없는 조건 아닌가?"

 

빌힐름 황자는 그렌페르크 제국의 왕위 계승자로, 원작의 내용에 따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군주이자 영웅이다. 하지만 그런 빌힐름을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자신에게 리히튼은 '빌힐름을 선택하지 말라'는 알쏭달쏭한, 그러나 간절한 명령을 내린다. 수잔은 내기를 받아들여 리히튼에게서 벗어나 도망칠 궁리를 하는 대신, 앞으로도 잉고르드 가의 하녀로서, 그리고 리히튼의 수족으로서 살아가며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지려 한다.

 

그녀가 뚝 떨어진 이 세계는 무엇인지,

그녀가 빙의한 '아그레인'이라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인지,

그 '아그레인'을 알고 있는 듯한 리히튼은 대체 무엇이 목적인지, 왜 그녀를 '길들이려' 하는지,

그의 숙적인 빌힐름과 아그레인은 무슨 관계인지,

앞으로 그녀는 도대체 누구로 살아가야 하는지.

*

*

*

그녀가 맞닥뜨릴 진실은 생각보다 너무 잔혹하고, 다가설수록 파멸이었다.

 


<내가 쓰는 리뷰>

 

감상
※ 줄거리보다 더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계속 다음 화로 넘어가게 하는 미친 듯한 흡인력
많은 묘사가 생략된 불친절한 전개 방식
스릴러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 허나 그렇지 못한 설정구멍들
박귀리 작가 특유의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캐릭터들, 하지만 쿨병이 아닌 매력적인 녀석들

 

 

 

웹소설 플랫폼에서 일러스트란 역시 중요하다

내가 웹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는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남들보다 많이 늦었고, 지금도 그렇게 많은 작품을 읽진 못했다.

<조연의 반격은 없다>는 카카오페이지라는 웹소설 플랫폼을 접하고 거의 초창기에 만난 작품이다. 확실히 웹소설은 초반 첫인상이 중요하고, 그 중 한 몫을 하는 것이 일러스트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어딜 가나 외모가 짱이다)

마냥 머리에 꽃 달린 공주님같지 않은 저 허무한 표정의 섬세한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서 무료 회차를 읽었고, 홀린 듯이 다음 편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독자에게 불친절한 소설은 니가 처음이야

일단 완결까지 달린 소감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소설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끝으로 달려오게 됐는지 그 여정을 반도 기억하지 못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 했고, 수많은 문장들이 읽는 당장 이해가 되지 않는 의미심장한 복선들이었다. 당연히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그 전의 문장은 흐려지는 법. 그런데 <조반없>은 그 문장 하나하나가 티끌처럼 모이고 쌓여 나중에 가서 빵,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소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독자에게 상당히 불친절한 구성이다.

물론 복선과 떡밥이 쌓이고 쌓여 시원하게 펑! 터지는 순간부터는 온몸을 훑는 소름과 쾌감에 더욱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복선이 풀리기 전의 오랜 과정에서도 물론, 작가의 필력 자체가 흡인력과 전개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뭘 모르면서도 지루할 틈 없이 계속 읽게 되는 마성이 있다. 그리고 완결까지 읽고 나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하려 다시 정주행하게 된다. 그래도 질리지 않았다. 나는 이 작품을 열 번은 읽은 것 같다. 다만 열 번을 읽었는데도 내가 정말 이 작품을 100% 꿰뚫은 게 맞는지 아직까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어느 베플은 '나만 돌대가리지' '나만 왕따지' 같은 내용이 있다...아주 공감한다)

 

장점처럼 말한 위의 사안은 어디까지나 취향이 맞는 나 같은 독자에 한해서다.

만일 이 작가의 필체가 취향이 아니라면? 읽는 이로 하여금 소외감과 혼란스러움만 받게 되어 결국 못 견디고 중도하차한다면? 읽고 또 읽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면?

 

내용으로 예를 하나 들어 보자면.

리히튼의 '이거 완전 X또라이 X친놈 아니야' 소리 나올 정도로 막장스러운 언행(내게서 벗어나고 싶으면 니 발을 짤라봐, 널 길들이게쒀 등등...)은 여주인공과 처음 만나는 극초반부터 노빠꾸 직진으로 퍼붓는다.

쓸데없이 의뭉스럽게 구는 싸이코패스 남주. 아마 여기에서 진입장벽을 느끼고 하차한 독자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알고 보면 이 하나하나가 이유 있는 언행이었고 그가 그나마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하여 숨기고 참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즉 리히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전부 복선이고 떡밥이다. (내 카카페 로판 남주 중 짠하기로 일등이다ㅠㅠ)

하지만 글을 처음 읽는 독자가 이걸 어떻게 추측하겠나. 그저 X친놈 뭐 이딴 남주가 다 있어, 하고 욕하면서 참고 보거나 아님 하차하는 거지.

 이런 위험성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양날의 검이랄까.


 

설정에 구멍이 난 걸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걸까

 

앞서 말했듯이 열 번을 읽어도 긴가민가한 것들이 있다.

생각나는 것만 대충 써 보자면

 

1. 초반부에 분명, 잉고르드의 독에 중독된 자는 아그레인뿐만이 아닌 리히튼의 수족 '베르크네'도 있었다고 언급된다. 

그런데 나중에 전개된 사건을 보면, 아그레인이 자신의 하녀에게 리히튼이 그랬듯이 똑같이 잉고르드의 독을 먹였는데 그 하녀는 평범한 인간이라 죽고 만다. 베르크네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건가? 하지만 이후 베르크네가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일은 없었다.

 

2. 마약성이 있는 게 리히튼의 순수한 피인가, 희석한 독인가, 정제한 약인가 아직까지 헷갈린다. 킨의 말로는 리히튼이 아그레인에게 직접 먹인 그 피에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리히튼을 찾아와 마약을 달라고 했던 이름모를 엑스트라는 그럼 리히튼의 피를 받아 갔던 것인가? 

(외전에서 설명하는 바로는 이슬라의 잎이 마약, 이슬라의 뿌리가 극독이고 이를 물에 희석하면 잉고르드의 독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혼란이다. 피가 독이고 마약이라고 하지 않았나...?)

 

3. (강스포) 외전 하니까 떠오른다. 추가.

리히튼이 아그레인을 트리비아체 가문에 보내기 전에 잉고르드의 독을 사용했다고 언급된다. 잉고르드의 독은 얼마나 희석하는가에 따라 약간의 기억만 잃는 데서부터 영원히 백치가 되기까지 중독 현상의 편차가 심하다고 한다.

즉, 잉고르드의 독은 '기억'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는 얘긴데...그건 마신 인간이 살아 있을 때의 얘기 같은데...

(??? 작품 초중반에는 아그레인은 이걸 먹고 앓다 독 인간이 된 데다가 평범한 하녀는 먹고 죽던데?)

백보 양보해서 외전의 새 설정을 차용해 보자.

즉, 트리비아체 가문에 보내지기 전에 아그레인은 이걸 마시고 기억을 잃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 치고...

기억을 잃어서 <태양이 흐르는 강> 소설의 조연에 빙의한 사람으로 기억이 재구성이 됐다고? 기억 소실이 아니라 이 정도면 재창조 아니야?

이상하게도 외전에 가서 일어난 설정붕괴...

 

3. 아그레인이 독 인간이 되었을 때, 그 위력은 그 눈물에 닿거나 침을 뱉기만 해도 맞은 상대의 살이 타들어갈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킨이 장난을 친답시고 아그레인의 입술을 깨물 때 안 닿았을 리가 없는데(...) 아그레인이 킨의 어깨를 깨물 때도 그렇고. 킨은 도대체 뭐야 수퍼항체?

 

4. (강스포) 아그레인이 원하는 꿈을 보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고통을 동반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Past와 Future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쩔 땐 전자를 보더니 또 어쩔 땐 후자다. 게다가 처음의 아그레인은 아주 방대한 양의 후자밖에 보지 않았다. 들쭉날쭉한 기준이라 헷갈렸다. 질병과 상해의 차이?

 

5. 아그레인의 기억을 나누어 가진 인물들. 이 '부작용'은 뭐랄까, 후반부의 반전에 필요한 요소이긴 한데, 너무 과하게 출연해서 사람을 더 헷갈리게 만들더라. 희대의 빙sin 아즈마리아는 분량을 쓸데없이 너무 잡아먹었다

이게 만약 '오류' 라면, 왜 이런 오류가 났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설득력이 부족했던 부작용.

 


많은 이들의 인생 소설인 이유가 있다.
설정, 스토리텔링, 캐릭터의 입체성.

이 많은 에러에도 불구하고, <조연의 반격은 없다>는 박귀리 작가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고 그 위치를 공고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소설계에서는 기발한 설정과, 독자의 심리를 정확히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 다른 모든 것을 압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가가 바로 박귀리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판을 이 이상 재미있을 수 없게, 설득력 있게, 생생하게 보여줄 줄 아는 작가다. 독자에게 감정 이입을 시킬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가진 글.

나는 어느 순간엔 골머리를 앓는 아그레인이었고, 아그레인을 지독히 그리워하는 리히튼이었고, 허무하다 못해 자포자기해 버린 빌힐름이었고, 어쩌면 가장 입체적인 인물인 비비안느일 때도 있었다.

 

모두의 상황과 입장, 그리고 감정을 100%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을 글로 풍부하게 표현해 냈다는 것이다. 박귀리 작가의 강점은 여기서 더욱 드러난다.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고 입체적으로, 마치 실존하여 숨 쉬는 듯한 인물처럼 그려낸다는 것.

물론 독자를 왕따시키는 듯한 불친절한 독고다이 전개방식이 있긴 하지만 <조연의 반격은 없다> 의 경우 추리/스릴러가 크기 때문에 이 전개방식이 오히려 극적 긴장감을 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클리셰'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작가와 작품. 대사 하나하나가 고루하지 않고,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설정은 뻔한 듯하면서도 그걸 비틀어 박귀리만의 세계관을 창조해 낸다. 요즘의 양산형 판타지에 흔히 차용되는 능력을 이렇게 사용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열심히 글을 쓰며 <조연의 반격은 없다>를 또 한번 읽고 나니

아그레인과 리히튼이 지금도 어딘가에 틀어박혀 자기들끼리 꽁냥대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한 리히튼, 지금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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