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 리뷰] 그녀를 다시 잃지 않으려면-다하린 (스포 有)
<그녀를 다시 잃지 않으려면>
기본정보
(출처: 카카오페이지)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조회수: 2.8만
- 별점: ★10.0
- 이용 연령가: 15세
- 장르: 로맨스판타지(로판)
- 테마 키워드(없어서 직접 입력): #후회남 #굴렁쇠남 #피폐 #회귀 #도주물 #꿈도희망도없는 #남성서사
- 총 화수: 70화+외전10화+외전15화
작품 소개
(출처: 카카오페이지)
"하사받았어. 이제 넌 내 거야."
모두에게 박해받던 소년에게 유일한 빛이었던 상냥한 소녀.
가질 수 없던 그녀를 강제라도 가지기 위해, 발을 꺾어 가두고 그녀를 지키려던 호위기사를 죽였으나 그에게 남은 것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녀의 차가운 몸뿐이었다.
그녀의 시신을 끌어안고 후회하던 그에게 기적처럼 다시 주어진 새로운 삶.
이번 생에서는 전생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그녀의 기사가 되어 지내는 두 번째 삶은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 날 모두에게 미움받던 폐왕자가 공을 세우고 돌아와 그녀를 찾아왔을 때,
그는 비로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전생에 그가 죽였던 그녀의 호위 기사가, 지금의 자신이라고.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모든 추악한 일들이 되돌아왔다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그녀를 지키지 않으면, 그녀를 다시 한번 비참하게 잃어버리고 말 거라고.
과연 그는 그녀를 다시 잃지 않고 지켜 낼 수 있을까.
등장인물
▶아젠
이 작품에서 현재의 주인공. 갈색 머리에 보라색 눈을 지닌 혼혈. 빈민가 뒷골목의 떠돌이로 태어나 정처없이 헤매다가 귀족 아가씨 아를레네에 의해 슈엘 성으로 거두어지고, 어린 나이에 기사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발휘하여 루테른 공작가의 기사가 된다. 몸이 약한 아를레네에게 평생 충성을 다하겠다며 기사의 서약을 했다. 우직하고 차분한 성정을 지녔으며, 불세출의 천재였던 전생의 자신보다 못하지 않기 위해 독하게 정진하는 노력파. 삶의 모든 방향과 중심은 사랑하는 아를레네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그걸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게 내놓을 수 있다. 전생의 과오를 청산하기 위해 아를레네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에 집중한다. 전생의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
▶ 아를레네 루테른
공작가의 막내딸. 꽃 같은 외모에 천사 같은 성정을 지녔으나, 안타깝게도 몸이 너무 허약해 오래 살지 못할 거란 진단을 받은 상태. 자신 때문에 매번 신경쓰고 힘들어하는 가족에게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쥐면 터질라 불면 꺼질라 폐쇄적으로 귀하게 키워졌지만, 올바르게 자랐으며 자비롭고 상냥하며 다정하다. 은연중에 아젠에게 연심을 품은 듯 설레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나, 기본적으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허약한 몸으로 임신과 출산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이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한다.
▶ 카쉬엔 휴스로드
저주받은 폐왕자. 죄인인 어머니와 황제 사이에서 태어나 버려지고 왕족의 성도 받지 못한 채로 핍박당했으나, 어린 나이에 검기를 발현하는 등 불세출의 재능을 보여 금방 공적을 쌓아 레퀴에스 공작이 되었다. 어릴 때 처음 만난 아를레네에게 한눈에 반했으며, 그녀를 '귀족적인' 방법으로 가지기 위해 출세하는 길을 택했다. 밑바닥에서 지독한 고초를 겪고 올라온 만큼 냉혹하고 잔인한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사회화가 덜 되어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모른다. 아를레네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이고 있으며, 그 어떤 명예나 부도 그저 그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획득할 뿐이다.
<내가 쓰는 줄거리>
※ 아래부터는 전반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줄거리
※ 스포 有
'그'의 인생엔 아를레네뿐이었다.
암흑뿐이었던 어린 시절, 유일하게 그에게 웃어 준 햇살같은 소녀. 그때부터 그의 세계에는 아를레네뿐이었다.
온 힘을 다해 기어올라갔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강한 힘이 필요했기에 검을 휘둘렀고 공작이라는 작위까지 얻었다. 귀족인 그녀에겐 귀족적인 대우가 어울리니까. 그녀와의 결혼이라는 겉치레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얻으려고 했지만, 저주받은 폐왕자라 소문난 그를 공작 부부는 좋아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그녀 말고는 필요없었다. 그는 아를레네의 집안을 멸문시키고 그녀만을 살려 데려왔다. 그녀는 웃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죽은 듯 아무 반응도 없는 그녀를 짐승처럼 끊임없이 탐했다. 그녀는 불행해했고 하루하루 말라 갔지만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의 것이다. 이러다 언젠가는 웃는 날도 오겠지.
그러다 아를레네가 이름모를 본인의 호위기사와 달아났다. 그는 분노했고 그들을 추격해 잡아냈다. 건방진 호위기사를 처참하고 잔인하게 칼로 베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 혀까지. 감히 내 것을 탐한 모든 것들을.
그 순간 아를레네가 그의 시야에 들어와, 단검을 스스로 그녀의 가슴에 찔러넣어 목숨을 끊었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단다. 호위기사는 마지막까지 온 영혼과 증오를 다해 그를 저주하고 숨을 거두었다. 그제야 그는 어렴풋하게나마 무언가를 깨닫는다. 무언가, 자신이 굉장히... 어긋났음을.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늦었다.
이후 그는 썩어 가는 아를레네의 시신을 내내 껴안고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생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다. 눈을 뜨니 그는 저주받은 황자가 아니라 빈민가 뒷골목의 이민족 혼혈 고아였다. 모두가 변한 세상 속에, 지나가다 우연히 그를 거둔 아를레네만 같았다. 그녀만 여전했다. 아를렌에게 '아젠'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그는 이 세계가 속죄할 기회를 준 거라 여겼다. 두번 다시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으리라. 이번 생은 목숨을 다해 그녀를 지키고 행복하게 해 주리라. 오래 살지 못할 그녀가, 남은 시간만큼이라도 이 성에서 가족들과 함께 안온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모든 것이 순조롭다 여겼다. 아를레네는 여전히 너무 약했지만, 그것만 빼면 괜찮았다. '그때' 같은 끔찍한 황자 놈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성에 방문한 놈이 그녀에게 선물한 목걸이가 너무나도 낯익다. 눈을 마주친다. 시꺼멓고 어두운 암흑 같은 눈과.
카쉬엔.
저주받은 폐왕자.
모두가 꺼리고 경멸하던 자.
저건... 나다.
악몽같은 일들을 내가, 아니 그자가, 카쉬엔이 이제부터 그대로 행하려 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현실이라면, 그 모든 죄업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 모두 되돌아오고 있는 거라면...
그럼, 지금 이곳에 있는 나는 누구지?
<내가 쓰는 리뷰>
감상
※ 스포일러 주의
이 소설의 강점이자 아이덴티티, 절절하고 아련한 애타는 감성
구성 장치 자체가 반전. 구원이 아니라 벌이었다
남주인공인 아젠의 서사, 아를레네는 철저한 수동적 인물로 소비
시작부터 결말이 예상된다
<그녀를 다시 잃지 않으려면>.
처음엔 절절한 제목과 (또다시) 일러스트에 낚여, 선물받은 대여권으로 초반을 읽었다. 1화부터 몰아치는 비극의 서막이 꽤나 감성적으로 전개된다. 문체는 담담하지만 결코 건조하지 않고, 어느 순간엔 바닥을 모르는 늪처럼 끝없이 축축하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고작 1화인데도 마치 결말은 파멸이 예정되어 있다는 듯이. 주인공에게 결코 용서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듯한 꽉 닫힌 극적 서사가 시작됐다. 다만, 절대로 호흡이 빠르지는 않다. 오히려 주인공의 처절한 심정과 아를레네의 안타까운 시한부에 대해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읊느라 좀 느린 편이다. 그들의 상황에 몰입하지 못하고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를레네만 빼고 그냥 세계가 달라진 줄 알았던 주인공은 철저히 절망한다. 이것이 그저 전생이며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갔을 뿐이라는 것을 알기만 한 것만으로도 며칠을 앓아누울 정도로 공포와 절망감에 시달린다. 이런 반응과 상황 묘사 같은 것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
신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며 '이번에는 똑바로 해라' 라고 다그치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네가 마지막까지 아를레네를 지키다 절대적인 악에 패배하며 죽음을 맞이한 그 기사가 되어 봐라', 역지사지 이벤트였던 것이다.
보통 회귀물의 골자는 전자에 기반하는데, 이 소설은 클리셰를 꽤나 재미있게 비틀어 신선한 설정이 되었다.
이 설정만으로도 읽어 볼 가치는 충분했다. 카쉬엔은 변명의 여지 없는 악인이다. 그런 그가 아를레네의 죽음, 즉 자신의 세계가 붕괴됨으로써 무언가 깨닫고 갱생을 하긴 했다. 회귀해서 아젠이 된 이후로 아를레네를 지키는 기사가 된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그가 완벽히 선인이 된 것은 아니다. 작중 그의 어두운 내면은 아젠이 되어서도 드러난다. 아를레네가 아프기 때문에 이민족 고아인 자신이 황송하게도 공작가의 기사로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독백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못된 녀석이다.
다만 카쉬엔처럼 광기에 뒤덮여 아를레네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싹 다 죽여버린다든지 하는 비정상적인 사고는 사라졌다. 하지만 카쉬엔이었던 그가 저지른 끔찍한 학살과 아를레네를 죽음으로 몰아간 짓은 없었던 일로 할 수 없다. 그의 두 번째 생은 첫 번째 생에서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는 생인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생각해 보자. 결말이 어떨 것 같은가?
설정부터가 신선한 반전인 대신, 결말은 반전이 없다. 이만큼의 천벌이 1화부터 예고된 주인공에게 '그래서 그들은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같은 해피엔딩이 찾아올 리 없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확실하게 경고한다. 이것은 결코, 아젠이자 카쉬엔이었던 주인공이 행복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단호하게 시작한다. '그 후, 어쩌면...'이라는 외전이 있긴 하지만, 글쎄다. 결국 If 라는 이야기 아닐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주인공이 참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벌 받을 건 받아야지. 행복한 결말이라면 오히려 납득을 못 했을 지도. 게다가 주인공보다는 반복되는 생에서도 구를 수밖에 없는 아를레네 아가씨가 가장 가여울 뿐이다.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뭐 굉장히 특별하거나 웅장한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줄거리를 읽었다면 대충 예상했겠지만, 또다시 미친X인 카쉬엔이 아를레네를 얻으려 미친 짓을 벌이고, 아젠은 그걸 알기에 막으려 하고 아를렌을 데리고 도망치는 등 순리(?)대로 흘러간다. 아젠이 전생의 과업을 피하기 위해 뭘 비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카쉬엔은 절대적인 힘을 지닌 괴물 같은 녀석이라 그 누구도 막지 못하므로. 집도 절도 없는 고아 기사가 제국의 일인자에게서 아가씨를 뭐 얼마나 철저하게 지킬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아무리 아를렌이 주인공이 아닌 히로인 포지션이고 병자라는 설정이 각인되어 있다지만 생각보다도 너무 수동적인 인물로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작품 내내 가엽고 불쌍한 한 송이의 꽃 같은 아가씨였다. 그럼에도 미친 듯이, 어쩌면 아젠보다도 더 심하게 구른다. 그냥 이미 구를 거 아를렌에게 조금이라도 반항심을 심어 주지. 카쉬엔의 분노를 부채질시켜 보지. 조금은 아쉬운 획일성이었다.
<그녀를 다시 잃지 않으려면>은 필력이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문학적인 감각이 뛰어나다고 하긴 힘들다.
그래도 골치아프지 않은 심플한 세계관을 영리하게 잘 구성하고, 그 안에서 주요 인물을 잘 정립하여 그들에게 뚜렷한 개성과 각자의 서사를 과하지 않게 부여했다.
구성이 단순한 대신 호흡을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그 대신 분량 또한 다른 소설들의 평균 분량보다 과감하게 줄여 질질 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잘 끝맺음하였다.
깊은 필력과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인물의 가슴아픈 서사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깃든 소설이다.
별 이야기 아니라 생각하고 다시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3회독을 했다.
로판에서는 드문 남주의 슬픈 서사를 읽어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다른 녀석들은 모르겠고
아를레네... 좀 행복하면 좋겠다.
당신은 아젠이 행복해지길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