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몰랐던 것들> 작품정보
작품 정보
※ 출처: 카카오페이지
-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 조회수: 1,868.9만
- 별점: ★9.9
- 이용 연령가: 전체
- 테마 키워드: #천재여주 #해군남주 #파멸의주둥아리인 #후회물 #능동여주 #흑화남주 #선결혼후연애
- 총 화수: 본편 196화+외전 22화
작품 소개
※출처: 카카오페이지
위대한 시계 장인들의 딸이며 영웅 빅토르 덤펠트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던 스칼렛.
"부인의 차에 기억을 파헤치는 약을 탔습니다."
"... 약이라고요?"
"과용하게 되면 기억상실을 일으킨다더군요."
그녀는 경찰청에서 취조를 받던 도중, 빅토르의 왕실 복귀를 반대하는 자들에 의해 기억을 잃게 된다.
"나가실 때쯤에는, 여기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사라진 일주일 간의 기억. 그리고 신문에 대서특필된 빅토르가 숨겨온 비밀.
"당신은 나를 배신한 거야."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 해명조차 할 수 없었던 스칼렛은 결국 빅토르와 이혼을 결심하는데.
"잘 있어, 내 사랑."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끝이 나는 듯했다.
***
"왜 자꾸 찾아오는 거야?"
"내가 찾아오는 게 싫다면, 돌아오면 되잖아."
내내 무감했던 그가, 낯선 표정으로 곁을 맴돌기 전까진.
"나는 너를 되찾을 생각이야."
빅토르가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인물과 줄거리>
등장인물
▶ 스칼렛 크림슨
빅토르 덤펠트의 아내이자, 위대한 시계공 가문인 크림슨 가의 딸. 옅은 금발에 와인색 붉은 눈을 지녔다. 전무후무한 시계 천재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부모를 일찍이 사고로 잃고, 오빠인 아이작과 함께 숙부에게 키워지나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작을 위해 고통을 참고 늘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버릇이 있다. 밝고 자비로운 성격이며 모종의 사건 이후로 몹시 위축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연약해 보이지만 의외의 강단과 추진력이 있어 시계 가게를 열고 시계공이 되어 여러 사건을 해결하거나 만들기도(!) 한다. 여느 공학도들처럼 시계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몰입하는 천재성을 지녔으며 기계공으로서의 능력이 출중하다. 명예에 관심없어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명예로운 본질을 지녔다.
▷빅토르 덤펠트
약혼자가 따로 있던 살란티에 왕국의 공주와 어느 귀족 가문 청년의 불장난으로 태어난 사생아. 이 일로 왕가에서 내쫓긴 어머니의 울분을 받고 자라 상당히 비틀어져 있으며, 왕족으로 인정받는 것에 모든 인생을 걸고 있기 때문에 손짓 하나하나까지 우아하고 오만한 자태에 몹시 금욕적이고 깔끔한 성격이 되었다. 명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뭐든지 쓸어 버리는 잔혹성을 보이며, 이 결과는 살란티에 해상 앞바다를 지키는 불패의 해군 함장이라는 드높은 명예를 가져왔다. 명예로운 왕족이 되기 위해 오래된 진귀한 보물들을 수집하는 버릇이 있다. 미맹이라는 설정이 있다.
줄거리
※ 조금의 스포일러도 싫어하시는 분은 읽지 않으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어느 날 스칼렛 덤펠트는 왕실경찰의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는데, 그곳에서 어떤 약을 먹고 그날의 기억을 모두 잊게 된다. 정신이 든 이후로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눈이 보이지 않는 오빠 아이작을 위한 불법 유통한 해적의 약과, 남편인 빅토르 덤펠트에 대한 약점을 폭로한 그녀의 인터뷰가 담긴 신문 기사였다. 그 내용은 빅토르의 어머니인 마리나를 수도원으로 강제로 보낸 비밀스런 사건을 필두로, 인간관계 따위까지 낱낱이 쓰여 있었다. 모든 상황이 스칼렛이 이를 제보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이에 대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빅토르에게 설명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빅토르는 믿지 않는다.
왕족으로 인정받는 것만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살아왔던 빅토르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이 새겨진 것.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빅토르는 스칼렛에게 분노했지만, 스칼렛은 아무 기억이 없으니 그저 미안하다고 빌 뿐이다. 화가 난 빅토르는 아버지 그레고리 덤펠트가 스칼렛을 수도원으로 보내 버리는 것을 방치하고, 백일 후 돌아오면 화를 풀어달라는 스칼렛의 간청에 무뚝뚝하게 응하며 아쉬움 없이 그녀를 보낸다. 빅토르는 자신의 어머니 마리나를 보낸 수도원처럼 스칼렛이 보내진 수도원도 시설이 몹시 좋을 줄 알았지만, 그레고리가 이혼서류에 서명시키기 위해 그녀를 일부러 보낸 그곳은 겨우내 불도 때우지 못하게 하는 돌바닥이었고 그녀를 학대할 준비가 된 사제가 있는 곳이었다. 추운 돌바닥에서 지내고 무릎을 꿇리는 학대를 당하다, 열병을 앓으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일어난 그녀에게 그레고리는 마지못해 돈을 주는 대신 수도원에서의 일에 대한 비밀유지각서를 쓰게 하고 이혼서류까지 성공적으로 그녀에게 넘겨 준다.
백 일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빅토르에게 천천히 마음을 정리한 스칼렛은 집으로 돌아가 빅토르에게 이혼을 선언한 뒤, 받은 돈으로 7번가에 시계 가게를 차린다. 시계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취조를 받은 그날 이후로 어릴 때 부모님이 시계를 고치며 한 말들이 선명하게 기억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 기억을 따라 시계를 조금씩 고치고 만들기 시작한다. 남편의 무관심과 분노 속에 그녀를 유일하게 위로한 것은 시계를 고치는 일. 그리고 크림슨으로서의 자긍심. 그것이 그녀가 시계 가계를 선택한 이유였다. 그녀는 이혼 과정에서 만난 재산관리인 안드레이와 함께 시계 가게를 열어 시계공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술과 과학을 천시하고 자연을 중시하는 살란티에에서 불법으로 간주하는 트램 수리를 하게 되는데, 순찰을 나온 빅토르가 짐 상자에 숨은 그녀를 발견하면서 둘은 재회하게 된다.
그 이후로, 스칼렛을 학대한 수도원의 사제를 잡아 처벌하고, 아버지 그레고리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스칼렛이 그동안 받은 고통이 빅토르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스칼렛은 그제야 조금씩 빅토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혼한 이후의 빅토르는 어딘가 망가져 있었다. 왜 배신을 하고, 왜 자신을 떠났는지 어느 것 하나 그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남편이 이상했다. 돌연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한다. 그는 스칼렛이 덤펠트가에서의 화려한 생활보다 시계 가게 골방에서 작은 부품들이나 만지며 살고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스칼렛은, 빅토르의 성공에 있어 결코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혼하고 좋은 가문의 귀족 아가씨를 만나라고 했는데도 그는 계속 찾아온다.
왜냐고 물어보니, 사랑해서란다. 이제 와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을 믿어 주지도 않은 주제에. 배신하지 않았다는 그녀를 계속 배신자 취급하는 주제에...
<주관적 리뷰>
감상
※ 지극히 주관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에서 한층 더 진화한 섬세한 감정선과 절절한 서사
- 통통 튀는 귀여운 스칼렛과 오만하고 우아하지만 로봇같은 빅토르, 그리고 약방의 감초 안드레이와 곱게 미쳐버린 아이작은 최고의 주인공들
- 좀더 촘촘해진 스팀펑크 느낌의 세계관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설정들
- 후반부에 힘이 빠지는 느낌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쉽다
아껴 읽는 소설 중 하나인 <처음이라 몰랐던 것들>. 이보라 작가의 작품인 줄 모르고 픽했는데, 작가를 보니 역시나 내가 픽한 이유가 있다고 환호했던 작품이다. 전작인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가 조금은 단조로운 문체였다면, 이번 작품은 전반적으로 문체 또한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져 전지적 작가 시점 특유의 약점을 완벽히 상쇄했다고 할 수 있다. <당이돕>도 초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였는데, 바로 후속작인 본작에서 이렇게 껑충 발전해 버린 경이로운 성장을 보여준다. 이보라 작가가 카카오페이지 로판 작가에서, 앞으로는 웹소설계에서 걸출한 거장으로 이름을 널리 떨칠 날이 기대되는 바.
고귀한 공주님 그 자체인 바이올렛도 좋아했지만, 스칼렛 또한 순수하고 올곧으며 강직한 성품과 귀여운 면모, 가끔 보여주는 허당미까지 그냥 걸어다니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또한 가끔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데, 남매를 학대하던 숙부가 빅토르에게 잔혹하게 폭력을 당하는 것을 코앞에서 바라보다 희열을 느끼고 웃는 장면이 그것이다. 스칼렛이 진짜 세상에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이 순간의 스칼렛은 숙부에게 학대를 당해 지하실에 오래도록 갇혀 있다 빅토르에게 구출받은 상황이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긴 했지만.
빅토르...로판계에서 재앙의 주둥아리로는 윈터가 원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너도 1티어였구나? 초반부를 읽다 보면 (만일 이보라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다면) 무시무시한 분노가 몰아칠 것이다. 가장 화룡점정의 대사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 찾는 건 귀찮고, 너랑 자는 건 좋았어. 그리고 네가 날 사랑하는 건 편했지."
(이 대사만 여기서 읽고 이 작품을 기피하려는 사람은 부디 없길 바란다...천인공노할 재앙의 주둥아리 같으니라고)
다만 빅토르는 이 작품의 제목이 그대로 관통하는 인물이다. '처음이라 몰랐던 것들'.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박해와 별 도움 안 되는 아버지 아래서 오로지 정신나간 어머니의 염원인 왕족으로 인정받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 목적에 도움이 될 만한 기준(사교계에 잘 안 나가는 귀족이자, 이성적이고 합리적일 것 같은 시계공 가문)으로만 판단하여 스칼렛을 아내로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그가 스칼렛을 만날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충분히 필요한 서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평생의 반려를 그런 목적으로 선택한 것은 그의 무지요 불찰이 맞다. 그는 난생 처음, 스칼렛을 만나고 성장통을 겪으며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되는 과정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빅토르는 그냥 못 배워서 막가파였던 괴팍한 윈터와는 약간 결을 달리한다. 왕족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갈고 닦은 신사의 매너, 사교 스킬, 뭇 여성들이 흠모할 정도로 우아하고 귀족적인 외모와(스칼렛은 그가 위험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비되는 탄탄한 해군 사내의 체격. 결국 만나야 하는 건 착한 남자라지만,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나쁜 남자에게 위험한 매력을 느끼고 우선적으로 끌린다. 빅토르는 그런 나쁜 남자다. 다만 뭘 몰라서 나빴던, 그런 남자.
이 입체적인 인물상에 누구든 설레고 빠져들 거라 확신한다. 스칼렛을 붙잡고 품 안에 가두어 압박하면서도, 그녀가 진정 거부하면 비켜설 줄 아는 신사. 비록 일생에 걸쳐 쌓아온 목표가 무너졌지만, 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스칼렛을 용서하고 돌아오라고 하는 남자. 스칼렛이 무한대로 퍼부어주는 사랑을 그저 편하게 받기만 하는 것 같다가도, 스칼렛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것들은 어떻게든 치우고 해결하고 있는 멍뭉미. (적재적소에 나타나 스칼렛을 구해주는 게 세상 설렌다.)
이게 사랑이 아닐까? 그저 이들은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처음이라 몰랐던 것뿐 아닐까.
<처음이라 몰랐던 것들>의 조연 인물들 또한 '조연'이란 말이 무색하게 굉장한 입체성과 다면적인 면모를 지닌다. 스칼렛만 모르는 무서운 면모를 지닌 그녀의 오빠 미친개 아이작, 그녀의 재산관리인이자 시계 가게의 직원이지만 어마무시한 완력과 전투능력을 지닌, 이 작품의 흐름에서 큰 뼈대를 가져가는 수수께끼의 인물 안드레이, 아름다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남성미를 지닌 루비드 호의 사관학교 출신 엘리트 해군들.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등장인물로서 그 존재감을 빛내는 인물들이다. 아이작이나 안드레이는 따로 외전이나 속편이 나왔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스팀펑크 느낌이 드는 근대에 가까운 유러피안 세계관 또한 매력적이다. 소용돌이 무늬로 조각된 도보 바닥을 걸으며 바로크 양식 건물 사이를 지나 아담한 벽돌 건물에 도착하면, 은시계가 진열되어 있는 스칼렛 크림슨의 시계 가게가 보일 것만 같은 느낌. 맑은 푸른색의 바닷가 부두에서 비행선을 개발한답시고 콧잔등에 기름때를 잔뜩 묻힌 작업복 차림의 스칼렛과 공학도들. 그를 지켜보는 웅장한 해군 제복 차림의 빅토르와 선원들. 지브리 감성으로 구현되는 상상들. 멋지지 않은가? 어쩌면 흔한, 또 어쩌면 흔하지 않은 '시계공'과 '비행선' 그리고 '해군'이라는 소재에 이보라 작가만의 대표성을 부여하여 유일무이한 이미지를 창출해 냈다. 이것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다만 이야기가 길게 진행되다 보니, 호흡이 느려지는 후반부에 가서는 조금, '아~ 그냥 이 에피소드는 안 넣고 완결지었어도 될 것 같은데~'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이보라 작가만의 시그니처인가 싶은데, 이 이상 더할 나위 없이 꽉꽉 닫힌 완결을 위해 매듭을 이중 삼중으로 짓는 마무리가 그것이다. 흔히 말하는 임신, 출산, 육아까지 완벽히 서술하는 구조. 음... 개인적으로 꼭 임신~육아가 여성의 행복의 길인가? 둘이서 잘 먹고 잘 살아도 좋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있기 때문에, 전작과 마찬가지로 '완결은 조금 덜 닫아도 좋지 않을까요?' 싶은, 그런 아쉬움.
앞으로도 종종 아껴 읽을 소중한 작품이다. 감상이랍시고 글로 언급하는 게 머뭇거려질 정도로.
스칼렛과 빅토르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연인으로 평생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장 궁금한 건 안드레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니...(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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